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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AEIS 이후, 아이는 학교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 싱가포르 공립학교 적응 이야기

by 포토매그 2025. 7. 16.

시험은 끝났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AEIS 시험을 통과하고, 아이가 〈Tanjong Katong Primary School〉에 배정되었을 때, 우리는 잠시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학교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AEIS는 단지 입구였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영어 수업이 익숙해질 때까지

싱가포르 공립학교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교실에서의 발음, 친구들의 농담, 선생님의 질문은 마치 바다에 던져진 돌처럼, 아이의 마음에 파장이 일었습니다. 특히 과학 시간, 아이는 질문을 못 따라가다 교사에게 이렇게 격려를 받았습니다:

“Don’t worry, just try. That’s how you learn.”

그 말에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지만, 아이는 투명인간처럼 느꼈다고 합니다. 이 경험이야말로 우리가 부모로서 가장 아파했던 순간이었습니다.

혼자였던 점심시간, 그리고 작은 다정

점심시간, 아이는 처음엔 또래 사이에 끼지 못하고 주로 혼자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다른 한국인 학부모가 몰래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내주었을 때, 저는 한참을 멍하니 화면만 응시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같은 반 인도계 친구가 작은 쿠키를 건네며 웃었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나 친구 생겼어.” 그 순간, 제 가슴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부모의 역할: 옆에서 지켜보기

처음엔 모든 걸 부모 주도로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 직접 연락해 수업자료를 받아왔고, 저녁마다 아이와 복습을 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해보도록 믿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녁마다 짧은 교실 복습 후 산책을 나갔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을 나누며 아이가 직접 표현하도록 힘을 주었고, 우리는 단지 **옆에서 귀 기울여주는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적응은 한 걸음씩, 끊임없는 과정

지금도 각종 발표 수업에서 긴장하고, 시험 후 틀린 문제 앞에 주춤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달라졌습니다. 아이는 친구 이름을 불러볼 정도로 적응했고, 급식 메뉴를 직접 고르는 작은 자립을 시작했습니다.

적응은 단순히 ‘언제 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작은 시도와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 한글,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노력

다음 편에서는 ‘아이의 한국어가 점점 멀어질 때’ 부모로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영어가 더 편해요”라는 아이의 말 앞에서, 우리 가족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혹시 이 글이 낯선 땅에서 자녀와 함께 걷고 있는 부모님이라면, 여러분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우리 함께 이 여정을 이어가요.